2016 Summer VOl.1
선배와의 만남
공부하는 선수 1세대, 세종대 이용수 교수와의 만남
e-school 웹진이 ‘공부하는 선수’ 1세대, 세종대학교 이용수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이용수 (세종대 체육학과 교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2014~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장
2013 대한축구협회 미래전략기획단장
2000~2002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장
1996~ KBS 축구해설위원
1993~ 세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1990 오리건주립대학교 대학원 체육학 박사
~1985 서울대학교 대학원 체육교육 석사
1985 할렐루야 축구단
1984 럭키금성 축구단
1983 상업은행 축구단
~1981 서울대학교 체육교육 학사
현재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직함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가장 애정이 가는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세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KBS 축구해설위원도 맡고 있었는데 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일을 다시 맡게 되면서 해설위원 활동은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기술위원장으로서의 일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교수로서 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좋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많은 사람들이 교수님의 엘리트 이미지 덕분에 선수 출신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축구부 학생선수로 활동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축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는 축구공이 있는 친구를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함께 등교해서 매일매일 축구를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영신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축구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은 반대하셨는데 축구가 너무 좋아서 시작했어요. 서울체중, 서울체고, 서울대 그리고 해병대 축구팀, 상업은행, 럭키금성(현 FC서울), 할렐루야 팀에서 선수생활을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학생선수 시절 어떻게 생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서울체육중학교 1회 졸업생인데요, 당시 체육중학교는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선수와 지도자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특별한 학교였습니다. 운동은 지금 못지않게 열심히 했던 것 같고, 공부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지도해서 최저학력에 도달하지 못하면 일반학교로 전학을 가야하는 체제로 운영되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전체의 분위기가 공부도 하는 분위기였어요. 시험 때가 되면 전교생이 밤을 새서 공부를 할 정도로 모두들 열심히 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공부보다 운동에 더 집중했지만, 공부의 끈은 놓지 않고 틈틈이 공부를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대학 시절
서울대학교 시절 과에서 성적이 좋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한 특별한 계기(이유)가 있으셨나요?
시합이 있을 때에는 운동에 집중했지만 중간, 기말고사 기간에는 시험 대비를 열심히 했고 성적도 곧잘 나와서 졸업할 때는 과 수석으로 졸업을 했어요. 특별히 남들보다 철이 일찍 들어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기보다는 졸업하기 위해서 열심히 했었죠.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당시 열심히 공부를 했던 것이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큰 자양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시절은 개인적으로 인생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대학시절 축구부 선배 중에는 체육과뿐만 아니라 수학과, 영어교육과, 천문기상학과 등 타 과 선배들이 많았어요. 선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조언을 들으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그동안 축구가 중심이었던 세상에 살았는데 이웃, 사회, 정치 등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생각의 폭을 많이 넓힐 수 있었습니다.
프로 선수 시절
프로선수로서 상업은행, 럭키금성, 할렐루야 등의 팀에서 활동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수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서울체고 3학년 때 전국대회 3개를 우승할 정도로 축구부가 참 잘했어요. 조병득 골키퍼, 신문선, 이강석이 다 동기인데 그 때 축구를 참 재미있게 했던 것 같습니다. 럭키금성 선수로 뛸 때 당시 매월 가장 멋진 골을 시상하는 ‘골든볼’ 시상이 있었는데, 84년 4월에 골든볼을 수상했고 그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체고 시절, 대회 우승 후

럭키금성축구단

럭키금성 선수시절, 골든볼 수상

유학 시절
프로선수로 활동을 하시다가 미국 유학길을 떠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계기나 목표가 있으셨나요?
85년 10월쯤 할렐루야팀이 아마추어팀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미국 실내축구팀 ‘레이저스(Lazers)’에서 선수를 초청하는데 추천을 받아 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여권, 비자 발급이 늦어지면서 시즌이 끝난 뒤에야 미국에 도착하게 됐죠. 다음 시즌에 와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운동을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화려했던 선수 시절을 보냈던 분들도 은퇴 후에는 안정적인 삶을 누리기 쉽지 않은 것이 보통이었어요. 그래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자연스럽게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대학시절부터 공부에 대한 뜻이 있었고 그래서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유학을 결정하였습니다.
유학시절 미국에서 공부하시면서 힘들었던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유학시절 고생이야 말로 다 못할 겁니다. 저는 운동생리학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갔는데, 미국과 한국의 교육과정이 달라 운동생리학을 전공하기 위해 먼저 공부해야할 ‘일반화학, 유기화학, 동물생리학’ 등의 과목을 저는 한국에서 배운 적이 없었던 거예요. 교수님께서 공부를 빨리 마치고 돌아갈 것인지, 제대로 공부를 할 것인지 결정을 내리라고 하셨어요.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이 듣는 수업부터 차근차근 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어도 어렵고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기초부터 공부를 하니 모든 내용이 연결되고, 학문적으로 다질 수 있었습니다.
해설위원 이용수, 기술위원장 이용수
‘이용수’ 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해설위원’이라는 직함도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1997년 해설을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설위원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93년, 지금은 없어진 동대문운동장에 선수권대회 준결승을 보러 갔어요. 본부석 반대편에 앉아있는데 ‘이용수씨 본부석으로 오세요.’ 하는 방송이 나오는 거예요. 라디오 중계가 예정되어 있는데 해설하실 분이 안 오셔서 급한 상황이라고, 아나운서 분이 혼자 할 수는 없으니 옆에서 ‘예~예~’ 만 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하셨습니다. 얼떨결에 해설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 같이 했던 아나운서 분께서 잘 했다고 생각하셨는지 추천을 해주셨고, 97년부터는 정식 계약을 맺고 KBS 해설위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설위원 이용수

히딩크 감독과 함께

연구실에서

해설위원이 되고 싶은 학생선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해설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과 준비(공부)가 필요한가요?
해설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정보를 많이 아는 것 못지않게 말로 순발력 있게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특히 축구는 계속 진행되는 경기이기 때문에 그 순간의 상황을 타이밍에 맞춰 표현하지 못하면 그냥 끝나버립니다. 그리고 축구를 해 본 사람이 해설을 잘 할 수 있어요. 프로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축구를 많이 해봐야 경기장 안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술적인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감독의 의도가 어떤 전술로 연결되고, 그에 따라 상대팀의 전술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가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히딩크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는 뗄 수 없는 인연이실 것 같습니다. 현재 국가대표팀 감독이신 슈틸리케 감독도 마찬가지이고요. 한국 국가대표팀과 잘 맞는 감독을 기용하는데 탁월하신 것 같은데요. 어떻게 대표팀 감독을 선정하게 되신 건가요?
2002년 당시 일본과 월드컵을 공동개최하면서 국가적으로 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16강에도 들지 못한다면 일본의 월드컵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6강을 목표로 설정했고,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을 해본 감독이 있어야 국가대표팀에 전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총 11명 정도의 외국인 감독 리스트를 놓고 고민을 했습니다. 1순위였던 프랑스 자케 감독은 고사를 했고 자연스럽게 히딩크 감독님을 모셔올 수 있었습니다.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1년 6개월 동안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고 좋은 결과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국가대표팀 감독인 슈틸리케 감독님도 사실 1순위 후보는 아니셨어요. 5~6명의 후보들 중 몇 분은 고사를 했고 어떤 분은 연봉 조건이 맞지 않았어요. 슈틸리케 감독님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는데 나름대로 대한민국이 찾는 감독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신 것 같았어요. 에이전트 없이 혼자 나오셨는데 덕분에 감독님의 축구 철학, 선수를 지도하는 스타일 등에 대해 편한 분위기에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죠. 그 과정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됐고 그것이 감독님을 선정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학생 선수에게 전하는 조언, 응원 메시지
그동안 ‘공부하는 선수’라는 주제의 포럼에도 참석하셨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학생선수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계십니다. 학생선수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모든 시기가 중요하지만 특히 중고등학교 학생선수시절은 운동선수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운동선수는 먼저 운동을 잘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시기에 특히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해야 합니다. 단체 훈련 외에도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서 개인 훈련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100세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학업에 완전히 손을 놓고 운동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직업적인 운동선수로서의 수명은 평균 30세 내외입니다.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 이후의 인생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 봐야 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 선생님,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학교생활을 통해서 배우는 것들도 상당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놓친다면 반쪽 인생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회에 참가하느라 수업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항상 공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e-school을 통해서 보충할 수 있는 부분은 보충하고, 책도 많이 읽기를 권합니다. 운동에 열중하다 보면 운동 이외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 어린왕자, 삼국지, 수호지 등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의 폭을 넓혀보세요. 운동에도 절대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학생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공부뿐 아니라 포괄적인 면에서 부탁드립니다.
학생선수들이 책을 읽는 습관을 꼭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세종대학교 선수들에게도 합숙훈련을 할 때 각자 책 1권씩을 꼭 가져오게 합니다. 가져온 책을 돌려 읽다보면 훈련 때마다 3~4권의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책은 문자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매체이고 독서를 통해 우리는 직접 경험하지 못한 영역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의 정보를 얻고 배우는 능력은 천지차이입니다. 지도자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에요. 책을 읽는 습관이 없으면 자신의 경험에만 의존하게 됩니다. 독서를 하면 전혀 다른 차원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본인의 영역을 효과적으로 넓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