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Summer VOl.1
특집기사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미국, 독일의 노력
부산대학교 체육교육과 이근모 교수
학생선수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도 공부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선수임과 동시에 성장기에 있는 학생으로 미래에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운동이 아닌 다른 분야의 진로를 선택하거나, 선수생활을 은퇴한 후 사회에 적응하고 새로운 진로를 개발하는 데도 지금 여러분에게 주어진 학업을 충실히 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입니다. 여러 연구 결과 역시 청소년기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서는 운동과 학업을 조화롭게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김경원, 송우엽, 1998; Erikson, 1988).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이라는 과제는 여러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학생선수들과 학부모,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이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려고 노력하는지, 미국과 독일의 사례를 들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운동부를 운영하는 미국의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선수를 위한 핸드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운동부 운영 정책에 관한 전반적 사항을 설명하는 이 핸드북을 통해 대부분의 중·고등학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학업에 대한 성실한 태도’입니다. 학생선수는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기 때문에, 학업을 비롯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에 대해 운동에 헌신하는 것과 동일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시합에 참가하는 등의 이유로 수업 결손이 생길 수는 있으나 사전에 필수적으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과제가 있는지 등을 여쭈어 보아야 합니다. 시합에 참가하더라도 과제를 내고 시험을 치르며 수업에 성실히 임하는 것은 학생선수의 당연한 책임으로 여겨집니다. 최근 제26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온 학생선수들 역시 매일 시간을 할애해 노트북을 활용한 원격 수업을 듣고 과제를 선생님께 보내 확인받았습니다(서우리, 2012). 다수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수업 결손을 막기 위해 외부 경기가 있을 때마다 튜터가 동행하여 보충 수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정해진 횟수 이상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고 결석한다면 해당 학생은 운동을 포함한 학교의 모든 활동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학생선수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해진 수업 시간에 참석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독일의 경우 학교 운동부가 아닌 각 지역 스포츠클럽을 중심으로 선수를 육성하는 특성에 따라, 독일올림픽체육회(이하 DOSB)가 주체가 되어 학생선수에 대한 제도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중경력(dual career)제도’입니다. 이것은 운동과 학업 그리고 직업교육을 균형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선수생활을 은퇴한 후 사회에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제도입니다. DOSB는 이 제도가 학생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학업과 관련한 실천 방안으로 과외수업과 보충수업을 들 수 있습니다. 운동으로 인해 학생선수들이 수업 결손 및 학업 부진을 겪을 때, DOSB는 해당 종목의 협회와 협의하여 이에 대한 보충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재정을 지원합니다(Deutsche Sporthilfe, 2014). 학업 부진으로 상급 학년으로의 진급이 어렵다거나 우리나라의 수학능력시험과 같은 대학 입학 국가자격시험(Abitur) 등을 앞두고 성적 향상이 필요한 경우에는 과외수업을 지원합니다. 훈련 소집 기간 동안 다수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 수업 또한 재정 지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Deutsche Sporthilfe, 2009).

학업 상담 역시 ‘이중경력제도’의 실천 방안 중 하나로 들 수 있습니다(김경원, 2014). 이는 진로상담사가 학생선수들에게 학업과 관련한 다양한 도움을 주는 것인데, 지역의 중·고등학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학교 선택에 도움을 주고 과외수업이나 보충수업 등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선수의 출석을 관리하고, 진로상담을 통해 축적한 개개인의 자료를 바탕으로 학생선수들이 진로와 관련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독일과 미국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구체적 방안과 재정적 지원은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환경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와 독일, 미국 등 각국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학생선수의 학업에 대한 성실한 태도’입니다. 학업에 할애하는 시간 때문에 운동실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걱정보다는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주요 추진 과제로 ‘체육중점학급’(문화체육관광부, 2013)과 ‘주말리그제’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부터 온라인 학습 사이트인 ‘e-school’을 통해 학생선수들이 언제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였습니다. 곧 학생선수들이 운동과 학업 모두 열심히 병행할 수 있는 더 좋은 환경이 마련되리라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김경원(2014). 운동선수의 경력개발과 진로전환을 위한 정책 방안: 독일의 이중 경력 지원제도를 중심으로. 운동학학술지, 16(4), 101-113.
김경원, 송우엽 (1998). 스포츠에 대한 정체성 발달과 정의 이론적 고찰: 교육적, 발달심리적 관점을 중심으로. 한국체육학회지, 37(2), 131-141.
문화체육관광부 (2013). 스포츠비전 2018. “스포츠로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서우리(2012). 미국은 학생이 먼저, 한국은 선수가 먼저. 스포츠둥지. http://www.sportnest.kr/1515.
Deutsche Sporthilfe (2014). Sportliche und berufliche Karriere möglich machen. Retrieve September 5, 2014, from https://www.sporthilfe.de/Wie_wir_foerdern.dsh?ActiveID=1048.
Deutsche Sporthilfe (2009). Merkblatt zur Sporthilfe-Förderung. www.sporthilfe.de.
Erikson, E.H. (1988). Jugend und Krise - Die Psychodynamik im sozialen Wandel. Münch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