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가는 길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마세요.”

하은주 웨이크업바디 센터장

내일로 가는 길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마세요.”

국가대표선수 전문 재활운동센터인 ‘웨이크업바디’의 하은주 센터장은 2006년, 신한은행에 입단하며 국가대표를 거친 여자농구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초등학교 4년 때부터 24년간 선수생활을 한 그녀는 스포츠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운동선수들의 재활치료와 함께 심리적인 부분까지 지원해주는 재활운동센터를 열었다.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운동선수들,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학생선수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하은주 센터장을 만나봤다.

오랜 시간 선수로 활약하셨습니다.
또 그만큼 부상에도 시달리셨던 것으로 아는데요.
은퇴를 결심하신 계기가 있으셨나요?

만성적인 부상이 깊었어요. 초등학교 때 무릎수술을 했으니까요. 그런 것치고는 생각보다 오래 선수생활을 했죠. 부상 때문에 은퇴를 했다기보다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던 것 같아요. 2006년에 신한은행에 입단하고 계속 선수생활을 하면서 항상 선수로서도, 팀 내에서도 최고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은퇴하기 3년 전부터는 선수로서의 욕심은 내려놓은 채 다음 일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죠. 조금 다른 면들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고 할까요.

미국 대학에서 스포츠 심리학 박사과정을 밟으신 걸로 압니다.

스포츠심리학으로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어요. 하지만 조금 부족함을 느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하면 성적을 잘 낼 수 있을까에 스포츠심리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그러나 제가 선수생활을 하면서 선수들이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얼마나 느끼는지를 잘 알고 있었어요. 심리치료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죠.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관련된 부분을 공부하게 되었어요.

운동선수들이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도 성적지상주의가 팽배해요. 메달을 따야하고 좋은 성적을 못내는 선수는 가치가 없다고 평가받아요. 미국은 운동도 삶의 일부에요.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에요. 또 그 즐거움은 꼭 승리를 해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거죠. 이런 걸 선수들이 알게 되면 정신적,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생겨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결과 압박이 심하고, 이런 부담감을 선수 혼자서 감내하고 극복해야 하죠. 그런 과정도 힘들고 또 어떤 좋은 결과물을 낸 후에는 번아웃되거나 상실감을 느끼는 선수들이 많아요. 선수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재활운동센터인 ‘웨이크업바디’를 운영하고 계신대요.
센터에서도 이러한 선수들의 심리적인 문제에도 도움을 주시나요?

우선 기본은 재활운동센터에요. 부상을 입거나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선수들이 워낙 많아요. 이들의 재활을 도와서 다시 선수로서 복귀하게끔 도와주고 있어요. 의외로 이 과정을 제대로 못해서 복귀에 어려움을 겪거나 복귀해도 다시 다쳐서 쉬는 선수들이 많아요. 이런 선수들은 결국 운동을 그만두게 되죠. 그런 모습을 목격하면서 선수들이 부상 때문에 운동을 그만뒀다는 말은 하지 않게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센터를 만들었어요. 실력이 뛰어난 트레이너들이 선수에게 최적의 프로그램을 제시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재활치료는 했어도 심리적인 부분 때문에 복귀를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부상을 입었을 때의 고통이나 충격이 트라우마가 된 거죠. 그런 선수들을 위해 전문 트레이너가 심리적인 부분까지 관리를 해주고 있어요.

현재 운동선수들이 주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나요?

국가대표 선수들, 학생선수 등 운동선수들이 가장 많고, 일반인 분들도 많이 찾아주고 계세요. 일반인 중에 몸이 아픈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거북목이나 허리통증에 시달려서 운동을 하고 나면 개운한 게 아니라 오히려 몸이 아프신 거예요. 운동은 하고 싶은 데 할 수는 없으니 답답해하셨는데, 저희 센터를 통해 적절한 재활운동을 하시면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고 계시죠. 운동을 할 수 있게 돼서 좋다고 하시는 분들을 보면 참 뿌듯해요.

사실 운동선수들은 항상 부상의 위험과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운동을 그만두었을 때의 대안을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고등학교를 일본에서 다녔어요. 일본의 경우엔 학생으로서의 역할은 무조건 다 해야 해요. 선수이기 때문에 공부를 안 하는 건 용납되지 않죠. 저는 초‧중학생 때 공부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했어요. 시험기간인데 운동 때문에 수업을 빠져야 했죠. 일본은 대회도 웬만하면 주말에 하고 큰 대회는 방학 때 해요. 1교시부터 마지막 교시까지 다 참여하고 만약 학생선수가 청소당번이면 청소까지 다 마친 후부터 훈련을 할 수 있어요. 저는 덕분에 일반 학생들처럼 공부도 하고 축제나 수학여행도 다 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선수들은 또래가 누리는 것을 못한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당연히 운동 외로 다른 진로는 생각할 수 없죠. 모든 생활이 운동에 맞춰져 있거든요.

그렇게 운동에 집중해야지만 성적이 잘 나온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공부를 함께 시키면 운동을 못한다고 하는데, 저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어요. 저부터가 학업과 운동을 병행했고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는 선수들이 학업을 같이 하고 있어요. 만약 학업 때문에 운동 성적이 안 나온다면 전 세계 모든 나라의 학생선수들이 그래야죠. 저희 센터에 오는 학생선수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수업에 들어가면 대부분 잠을 자고, 왜 공부를 안 하냐고 하면 어릴 때부터 공부를 안 해서 수업을 들어도 모르겠다는 거였어요. 기초가 아예 없기 때문에 진도를 못 따라가는 거죠. 이런 학생선수들을 위해 기초부터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운동만 바라보고 달리기 때문에 다른 경험을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제 고등학교 때 친구들 10명 중에 4명은 프로팀에 갔고, 6명은 성적으로 대학에 갔어요. 일반학생과 똑같이 내신성적으로요. 그 친구들이 지금은 전문직이나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어요. 학생선수들이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면 충분히 다른 가능성들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가능성과 기회를 원천봉쇄하는 부분이 있죠. “너 운동 안 하면 뭐할 거야?”. “운동 못하면 인생 끝난 거잖아?” 이렇게 몰아가서는 안 돼요.

마지막으로 학생선수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말 다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적어도 운동을 한다면 일반학생들보다 끈기, 두뇌, 체력 등 훨씬 뛰어난 게 많아요. 공부는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고,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어요.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꼭 해보고, 본인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세요. 저는 올인을 너무 싫어해요. 60%는 운동이지만, 남은 40%는 자신을 뭐로 채울지 고민해 보세요. 운동이 절대 100%는 아니에요. ‘나는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한계를 두지 마세요. 분명 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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