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Winter VOl.2
2016 Winter VOl.2
특집기사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원종고 사격부 학생선수들
임성철 (원종고등학교 교사)
지난 8월 브라질에서는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이 개최되었다. 무척이나 무더웠던 이번 여름 우리 대표 선수들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 종합 순위 8위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두며 올림픽을 마무리 했다. 어린 시절부터 올림픽 무대를 꿈꾸며 수많은 날들을 땀 흘렸을 선수들의 노력을 알기에,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뿐만 아니라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노력했던 모든 선수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나는 2010년부터 2년 동안 경기도 부천의 원종고등학교에서 사격부 감독으로 재직하였고, 현재는 스포츠건강부장으로 근무하면서 꾸준히 학생선수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지금부터 사격부 감독으로 근무하면서 학생선수들에게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도록 지도했던 실천적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학생선수들에게 학업과 운동의 병행을 강조한 이유
원종고에서 사격부 감독을 하는 동안, 그리고 감독을 그만 둔 이후에도 “사격부 학생선수들에게 학업과 운동의 병행을 강조한 이유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늘 간단했다. “사격부 학생선수들에게 공부를 시키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했고, 학생선수이지 선수학생이 아니기에 공부와 운동의 병행을 강조했습니다.” 학생선수라고 평생 운동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언젠가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한다.

공부를 하는 것은 자신이 하는 운동에 대해 스스로 연구하고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깨닫도록 하여 기량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학생선수들은 공부를 함으로써 언젠가 다가올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은퇴 후 자신이 해왔던 운동의 지도자로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많은 선수들은 은퇴 후 다른 분야의 직업을 갖고 살아야 한다. 초등학교 축구부 학생선수가 국가대표로 성공할 확률이 0.01% 정도라면 축구에만 모든 노력을 쏟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국가대표가 되고, 손흥민 선수처럼 유럽의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꿈을 갖고 운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운동만 하고 학업에는 전혀 비중을 두지 않는다면 그것은 큰 실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학생선수들이 시합기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정규수업에 참여하도록 하였는데 여기서 학력향상이라는 제한된 결과만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정규수업에 참여하면서 학생선수들이 그들만의 ‘고립된 섬’에서 벗어나 선생님, 친구들과의 관계 확장으로 이어지길 희망했다. 그리고 사격 이외에 다양한 진로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길 원했다.
(2)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만들기 위해 실천한 일들
○ 7교시 정규수업 참여
○ 학습멘토제의 운영
○ 줄어든 훈련 시간은 집중력과 효율성으로 극복
○ 정기고사 기간에 훈련 중단하고 시험공부에 집중
○ 학급활동과 교내행사에 최대한 참여

○ 7교시 정규수업 참여
원종고 학생선수들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7교시 모든 정규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규수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수업시간을 통해 교사 및 반 친구들과의 만남이 가능해지며 학생선수들만의 고립된 생활에서 벗어나게 된다.

○ ‘학습 멘토제’의 운영
같은 학년의 친구들 중에서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학생선수의 학습을 돕는 ‘학습 멘토제’를 운영하고 있다. 학습 멘토는 학생선수가 대회에 출전한 동안 유인물을 챙겨주고 영어독해나 수학문제 풀이 등을 도와준다. 또한 학생선수들이 훈련으로 피곤해 졸면 깨워주고 이해하지 못하는 수업내용을 쉬는 시간에 설명해주기도 한다. 학습 멘토들은 활동 시간에 따른 봉사시간을 부여받는다.

○ 줄어든 훈련 시간은 집중력과 효율성으로 극복
모든 정규수업에 참여하면서도 사격 실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밀도 있는 훈련을 진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국대회 입상 실적이 이전에 비해 오히려 향상되었고 짧은 시간을 훈련하더라도 얼마나 집중력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정기고사 기간에 훈련 중단하고 시험공부에 집중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에는 훈련이 없다. 이 기간에 집중해서 시험공부를 하고 학습 멘토들의 도움을 받는다.

○ 학급활동과 교내행사에 최대한 참여
체육대회, 소풍, 축제, 스포츠클럽대회 등 교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대회 기간에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기회들을 통해 일반 학생들 및 담임선생님과의 인간적인 만남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3) 원종고 학생선수들에게 일어난 변화
가. 학업 성적의 향상
<표1>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기 시작한 후 학생선수들의 학업 성적이 꾸준히 향상되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한 경험이 1년에 불과한 1학년보다 2년을 경험한 2학년, 3학년의 성적 향상이 더 크게 나타났다.
<표1> 사격부 학생선수 교과목별 점수와 내신등급
학생선수 교과목 전년도 1학기 전년도 2학기 시행 1년차 시행 2년차
1학기 2학기 1학기 2학기
3학년 정수현 국어 51(7) 52(6) 60(6) 53(6) 71(5) 61(5)
영어 31(9) 42(6) 34(7) 32(7) 34(7) 36(6)
수학 34(7) 27(8) 35(5) 29(6) 43(5) 24(6)
사회 39(7) 48(6) 55(6) 62(5) 52(5) 48(4)
과학 48(6) 30(9) - - 67(4) 69(3)
중국어 - - 76(5) 62(5) 53(5) 67(3)
3학년 구현아 국어 44(8) 42(8) 52(7) 73(5) 67(5) 67(5)
영어 35(7) 35(8) 20(9) 32(7) 38(6) 45(5)
수학 35(7) 35(8) 28(7) 26(7) 27(6) 36(5)
사회 31(9) 43(7) 57(5) 44(6) 37(6) 37(6)
과학 41(7) 33(8) - - 59(5) 60(5)
중국어 - - 38(8) 40(6) 68(4) 39(6)
2학년 김영희 국어     70(5) 64(6) 70(5) 93(2)
영어     40(6) 43(6) 50(5) 42(6)
수학     34(6) 48(5) 45(5) 33(6)
사회     68(5) 53(6) 70(4) 71(5)
도덕/윤리     69(5) 67(5) 50(5) 61(5)
과학     44(6) 55(5) - -
기술/가정     68(6) 84(3) 68(6) 68(6)
한문     - - - 75(4)
1학년 최민정 국어         65(6) 57(6)
도덕         55(6) 62(6)
영어         54(6) 37(7)
수학         28(8) 37(6)
사회         42(7) -
한국사         - 54(6)
기술/가정         71(5) -
* 2011학년도 재학생으로 학생선수 이름은 가명임

나. 사격대회 실적의 향상
학생선수들에게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게 하면서도 항상 마음 한 편에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학업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운동하는 시간이 줄게 되면 대회실적이 과거보다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학생선수들은 학업성적이 향상됨과 동시에 대회실적에서도 창단이후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몇 년에 한 번 전국대회에서 입상했었지만,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던 2년째 되던 해에는 전국대회에서 두 번이나 입상을 하였다.
<표2> 전국사격대회 25m 권총 단체전 역대 입상실적
년도 대회명 등위
1998 제20회 충무기 전국 중고등학생 사격대회 단체 3위
2008 제34회 회장기 전국 중고등학생 사격대회 단체 3위
2009 제18회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 단체 3위
2011 제7회 경호처장기 전국사격대회 단체 2위
2011 제4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학생사격대회 단체 3위
출처 : 대한사격연맹 (www.shooting.or.kr)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게 되면서 체육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게 될 경우 일반 학생들처럼 내신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운동할 때의 심리적인 안정감과 여유로 연결되었다는 학생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2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 것이라 생각되어 무척 보람을 느꼈다. 학생선수들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과거보다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고 이는 훈련과 대회에 참여할 때에도 좋은 분위기로 이어졌다. 내가 사격부 감독을 했던 2011년 이후 3명의 체육교사가 감독을 이어갔고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위한 노력은 2016년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e-school, 주말리그제, 체육중점학급 등 공부하는 학생선수상을 정립하고자 하는 정부 주도의 정책들이 여러 가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각 학교 운동부의 지도자인 감독과 코치 그리고 학생선수들 스스로의 의지와 실천이 없다면 공부하는 학생선수는 먼 나라의 꿈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학생선수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때 미래의 삶을 제대로 준비하고, 현재의 삶을 더욱 인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