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숨은 과학이야기

천 분의 일 초를 위하여!

자연을 모방한 첨단 수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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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온몸을 감싸 물의 저항력을 줄여주는 전신수영복이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수영 종목 13개 부문에서 무려 13개(남자 7개, 여자 6개)의 세계 신기록이 작성되었는데, 전문가들은 그 비결을 전신수영복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과연 수영복에는 어떤 과학의 원리가 숨어져 있을까요? 이번 ‘스포츠에 숨은 과학 이야기’에서는 수영복의 과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전신수영복의 탄생, 마찰을 줄이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호주의 이언 소프(Ian Thorpe)는 온몸을 가린 전신수영복 차림으로 나타나 처음에는 관중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러나 3관왕을 차지하며 수영 종목을 석권한 그는 ‘수영 황제’, ‘인간 어뢰’라는 칭호를 받으며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섰습니다. 이안 소프는 경기 후 “목부터 발목까지 감싸는 전신수영복을 입는 순간 너무나 편하고 아늑했다.”며 극찬을 했습니다. 그동안 수영복이 작을수록 저항이 적어진다는 상식을 깨버린 상징적인 대회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수영 종목에 집중되었습니다. 인간 어뢰인 이언 소프와 수영 신동 마이클 펠프스(Michael Phelps)의 다관왕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두 선수가 당시 좋은 기량을 선보인 이유도 있었지만, 이들이 어떤 수영복을 입고 나올까 하는 것이 관심 집중에 큰 몫을 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전신수영복을 입고 나타나면서 이제 작은 수영복의 시대는 완전히 저물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죠.

수영복은 되도록 마찰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만듭니다. 하지만 수영복의 섬유조직은 물과의 마찰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수영 선수들은 최대한 크기가 작고 몸에 달라붙는 수영복을 입었습니다. 심지어 머리카락이나 몸에 난 털까지 깎고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언 소프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입었던 전신수영복은 물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하는 첨단 합성섬유를 사용해 아디다스 사에서 특별히 제작한 것이었습니다. 전신수영복은 목에서부터 발목까지 전신을 감싸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수영복에는 상어의 피부에 나 있는 작은 돌기들이 물과 피부의 마찰에서 발생하는 소용돌이를 밀어내고 마찰을 한층 줄여 속도를 높여준다는 아이디어가 이용되었습니다.

Teflon으로 코팅 된 합성물질로 만든 이 얇은 막의 수영복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면도한 인체의 피부보다도 물의 저항을 적게 받는다고 합니다. 또한 수영복 재질이 선수의 근육을 눌러주기 때문에 근육의 피로를 연장시켜 주고 선수의 기록을 3% 향상시킨다는 원리입니다.

수영복은 첨단 과학 기술의 결정체

수영복의 혁신을 일으켰던 2000년 이안 소프의 전신수영복은 2004년에 또 한 번 발전합니다. ‘제트 컨셉트’라는 전신수영복으로, 비행기 동체와 날개에 있는 V자 모양의 홈이 공기를 유선형의 비행기를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한다는 원리를 응용했습니다. 수영복의 겨드랑이에서 허리 아래까지 오돌토돌한 줄을 길게 넣고, 옷감 표면에는 일정한 형태의 틀에 실리콘을 주입해 물을 저항을 최소화했습니다.

이언 소프의 아성의 무너트린 마이클 펠프스 역시 새로운 전신수영복을 착용했습니다. 제작사인 미즈노 사에서는 상어의 피부돌기가 두 가지로 나뉜다는 사실에 착안해 팔, 어깨, 다리 등에는 물과 정면으로 닿는 부분의 거친 돌기를 본 따 거친 옷감을 대고, 가슴과 복부에는 물이 몸을 따라 흘러내리는 부분의 부드러운 돌기를 본 따 부드러운 재질을 사용했습니다. 부위별로 옷감의 재질을 달리한 것이죠.

또한 몸에 수영복을 밀착시켜 에너지를 소비하는 피부와 근육의 진동을 줄여주고, 측면에 신축성이 좋은 소재를 사용해 동작의 유연성을 높였습니다. 팔 안쪽에는 티타늄과 실리콘 소재를 사용해 스트로크 때 필요한 힘을 덜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듯 수영복은 첨단 과학 기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몸에 걸치는 것 중에서 우주복을 제외하면 수영복이 가장 많은 첨단 기술을 도입한 옷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전신수영복에 과학의 원리를 도입해 첨단 수영복을 착용한 선수들이 많아지고, 2009년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43개의 세계기록이 달성되자 세계수영연맹에서는 2010년부터 선수들의 첨단 수영복 착용을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남자의 경우 허리에서 무릎까지, 여자의 경우는 어깨에서 무릎까지만 수영복의 길이를 허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비추어 볼 때 현대 과학과 스포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참고자료 : 스포츠 속에 과학이 쏙쏙!!(저자 손영운‧김은선 / 출판사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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