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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하고있는 모습

최의창 교수의 코칭 칼럼

온전한 운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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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지난번에 “코칭은 선수에게 운동을 지도하는 총체적 과정이다. 온전한 운동을 온전한 방식으로 가르침으로써 온전한 사람(온전한 스포츠퍼슨)으로 성숙하도록 돕는 노력이다. 표층적으로는, 개별 운동을 완벽하게 체득할 수 있도록 전수하는 일이다. 심층적으로는, 운동을 온전하게 체험함으로써 스스로 온전한 자신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이다”라고 정의했습니다. 기본적인 설명이 뒤따랐지만, 여전히 어렵고 알쏭달쏭 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이 규정 안에서 언급된 여러 중요한 개념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동시에 코칭과 코치에 대한 우리의 통상적 생각과 실천을 되새겨보도록 하겠습니다.

Coaching, Wholing

기능과 정신의 혼연일체 ‘온전한 운동’

우리가 스포츠 코칭이란 활동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실천해볼 때에, 무엇을 가장 중요시해야 할까요? 코칭에 있어서 핵심, 또는 출발점이 되는 대상, 개념 또는 현상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어떻게 커브볼을 잘 던지게 하고, 그것을 잘 때리게 할 것인가? 어떻게 심리적 불안을 낮추어 실수하지 않도록 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경기 후반에도 지치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아이언맨 같은 체력을 증진할 것인가? 등과 같이 선수의 운동 기량을 높여 경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과 같은 ‘방법론’에 관한 것입니다. 물론, 중요한 측면입니다. 하지만, 저는 코칭에 있어 출발점이 되는 대상은 운동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가 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바로 ‘운동론’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이번에는 ‘온전한 운동’이라는 것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기나긴 호울 코칭 여정의 출발점이 되는 개념입니다. ‘온전한 운동’은 도대체 어떤 운동을 말하는 것일까요? 반대로, ‘온전치 못한 운동’은 또 무엇일까요? 그리고, 온전한 운동과 그렇지 못한 운동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복잡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릅니다.

온전한 운동(호울 스포츠)이 코칭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입니다. 결국, 코칭은 운동을 제대로 전수하고 전수받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운동이 없이는 코칭도 없습니다. 올바른 운동은 올바른 코칭을 규정합니다. 또는, 올바른 코칭은 올바른 운동으로 규정됩니다.

일반적인 답은 이런 것입니다. 즉, 운동은 농구, 축구, 야구, 테니스, 수영, 태권도와 같은 스포츠나 레저 활동을 말하며, 따라서 온전한 운동이란 경기력이 최고수준으로 발휘되는 프로선수들이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다른 답이 있을 수 없는, 당연한 대답으로 들립니다. 예를 들어, 새벽부터 저녁까지 타격과 수비를 완성하려고 연습하는 중·고등학교 야구선수들을 떠올려보세요. 이 아이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기술과 스타일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그것들입니다.

파워풀한 스윙과 빨랫줄 송구력, 멋진 투구 자세와 안정된 포구력 등, 효율과 효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야만 상대와의 경쟁에서 월등한 우위를 유지하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지요.

운동은 기와 도의 두 측면으로 되어있으며, 이 두 측면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상태의 운동이 바로 ‘온전한 운동’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맞기는 하되, 반만 맞는 답입니다. 온전한 운동을 구성하는 반쪽 측면에 대한 설명입니다. 운동에는 나머지 반쪽 측면이 있습니다. 이것은 전달이 참 쉽지 않습니다. 비유적으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이 무엇으로 되어있는지를 나타내는 일상의 표현이 있지요. 대표적으로 ‘심신(心身)’이나 ‘영육(靈肉)’같은 단어입니다. 사람이란 존재는, 몸과 마음, 영혼과 육체 등 두 차원으로 되어있다는 말입니다. 보이는 차원과 보이지 않는 차원, 보기에 따라서는 좀 더 중요한 차원과 좀 덜 중요한 차원으로 만들어져 있음을 인식시키기 위한 표현입니다. ‘온전한 사람’이란 바로, 이 두 차원이 균형을 이룬 상태의 전인(全人)을 가리킵니다.

이 같은 사고방식을 운동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운동도 보이는 측면과 보이지 않는 두 가지 측면(차원, 겹, 층 등 무엇으로 일컫든지 간에)으로 되어있다고 말입니다. 각각을 어찌 부를까요? 저는 오랫동안 ‘기(技)’와 ‘도(道)’라고 불러왔습니다. 운동은 기와 도의 두 측면으로 되어있으며, 이 두 측면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상태의 운동이 바로 ‘온전한 운동’입니다. 기와 도라는 표현이 낯설거나 부담스러운 분에게는, ‘기능과 정신’ 또는 ‘테크닉과 스피릿’이라는 표현이 좀 더 친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점은, 온전한 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안과 밖, 속과 겉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온전하지 못한 운동은 바로 안과 밖이 불균형적으로 되어있는 상태의 운동을 말합니다.

게임과 문화가 하나를 이루는 ‘호울 스포츠’

저는 온전한 운동을 ‘호울 스포츠(whole sport)’, 온전치 못한 운동을 ‘스킬 스포츠(skill sport)’라고 부릅니다. 사람이라면 심신이 모두 건강하고, 영육이 모두 알찬 사람(호울 퍼슨)이 되어야 하듯이, 스포츠도 기와 도, 기능과 정신의 두 차원이 모두 건강하고 알찬 스포츠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코칭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의 운동을 선수에게 지도하는 총체적 과정입니다. 스킬 스포츠로서의 운동은 반쪽짜리 스포츠입니다. 야구의 기술과 정신을 모두 전수하고 전수받을 때에만, 야구코치는 코칭이라는 인간의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죠. 이런 코칭이야말로, 트레이닝이 아닌, 호울링으로서의 코칭인 것입니다. 호울 스포츠를 배워야만, 선수는 온전한 스포츠퍼슨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 스킬 스포츠로는 가능하지 않죠.

그런데, 온전한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기·도’의 표현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도’라는 말 때문에 구체적이지 않고 형이상학적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저는, 현실에서의 구체적 이해와 실천을 위하여 ‘게임·문화’라는 아이디어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즉, 온전한 스포츠는 게임적 차원과 문화적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게임적 차원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차원으로, 기술, 전략, 규정, 경기장 등 시합과 경기에 관여되어 있습니다. 문화적 차원은, 게임적 차원과 관련이 있지만, 그것과는 독립적으로 구성된 것으로, 음악, 예술, 문학, 종교, 역사, 철학 등 표현과 향유에 관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야구는 리틀리그, 프로리그, 동호인리그 등이 운영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야구를 소재로 하는 시, 소설, 수필, 자서전, 회화, 조각, 사진, 가요, 팝송, 클래식, 그리고 야구팀이나 선수, 혹은 팬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 전시, 상품 등이 있습니다.

야구 경기 모습

온전한 야구코칭은, 선수들(온갖 종류와 수준의 팀에 소속된 모든 플레이어)에게 야구 게임과 문화를 모두 전수해주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앞서 표층적 코칭과 심층적 코칭이란 표현을 하였는데, 기적 차원(게임)만 전수하는 코칭과 도적 차원(문화)도 전수하는 코칭을 구별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의 형태는 물론, 그 이전 단계까지도 모두 포함하여) 야구는 오랫동안 다양한 배경의 수많은 사람이 여러 문화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켜온, 인류 공동소유의 문화입니다. 물론, 현재 모습의 야구는 미국에서 형성되었지만, 그 이전과 그 이후 여러 문화권에서 각기 다른 스타일로 발전해왔던 것입니다. 실제 경기에 관해서는 플레이어 즉, 직접 참여자들이 주로 실행해오고 있지만, 간접참여자 즉, 팬들과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야구를 향유해왔습니다.

문학가들은「내츄럴」이나 「왼손잡이투수」와 같은 소설과 시로, 르로이 네이만이나 테이트 맥켄지 같은 미술가들은 유화나 조각 작품으로, 음악가들은 「야구장으로 날 데리고 가주오」 같은 연주로 야구의 풍부하고 세련된 문화(또는 야구 세계)를 조성해왔습니다. 역사가들은 야구의 기원이나 발전에 대해서 사회적, 경제적, 심지어 외교적 맥락에 대한 심도 있는 탐색을 펼쳐내어 야구가 단지 공치고 받기 놀이가 아님을 확인시켜줍니다. 철학자들은 투수와 포수와 외야수와 타자의 입장에서 현상학적으로 야구의 실존적 체험을 분석해줍니다. 야구는 또한 종교적 차원을 담지하고 있어서, 기독교적이거나 불교적인 방향에서 믿음과 깨달음의 계기와 완성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야구는 게임을 하기에만 그치지 않는 인간의 가치로운 문화 활동임을 확인시켜줍니다.

온전한 운동으로부터 시작되는 호울 코칭

다른 모든 스포츠도 동일합니다. 스포츠코칭은 게임적 차원과 문화적 차원을 함께 습득하도록 할 때 온전한 코칭이 되며, 선수는 그를 통해서 온전한 스포츠를 내면화하게 됩니다. 게임적 차원은 선수의 기량적 차원을 높여주며, 문화적 차원은 선수의 소양적 차원을 넓혀줍니다. 이 두 차원이 하나가 되는 정도에 따라, 온전한 운동을 체험하는 깊이는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야구선수는 야구 기량과 야구 소양이 함께 갖추어져야만 온전한 야구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량은 경기력과 시합능력에 관여하며, 소양은 운동지와 운동심에 관여합니다. 야구코치는 온전한 야구선수로 만들기 위해서 야구 투타주 기량(投打走 技倆)만 높여주어서는 안 되며, 야구 능지심 소양(能智心 素養)도 넓혀주어야 합니다. 야구를 소재로 한 시와 소설, 음악과 그림, 조각과 사진, 영화와 연극, 그리고 감독과 선수의 자서전과 역사문화서 등을 함께 배워나가야 합니다.

야구의 문화적 차원은 선수에게 야구인으로서 자신이 얼마나 오래되고 훌륭한 전통 속에서 이 운동을 배우고 있는지 깨닫고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야구와 관련해서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것은 게임만이 아니며, 더 나아가 그것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줍니다. 다양한 형식과 형태로 우리 주변에 표현된 야구를 맛보고 향유함으로써, 게임 야구를 더욱 넓고 깊고 높게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됩니다. 체험을 많이 할수록 더욱 훌륭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과 마찬가지죠. ‘다양한 체험’이란, 하는 것만이 아니고, 보는 것, 듣는 것, 말하는 것, 느끼는 것, 그리는 것 등 온갖 종류로 가능한 것입니다. 어린 학생일수록 더욱더 다양한 방식에 의한 야구체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고정관념과 폐쇄적 사고를 예방하고, 창의적 사고와 열린 마음을 예비해줍니다.

야구공

군자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동양에서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인간상의 하나이지요.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가 지닌 가장 근본적 특징을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고 말해줍니다. 문질빈빈이란 바탕(질)과 외양(문), 성품과 재능이 하나가 되어 충실하고도 빛나는 상태를 뜻합니다. 내면과 외면, 생각과 행동, 태도와 행실이 어긋나지 않고, 언행일치와 지행합일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온전한 사람의 본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운동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이상적 운동도 기와 도가 하나가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충실하고도 훌륭한 상태로 가득해져야 합니다. 그리하여, 제대로 된 호울 스포츠의 특징을 ‘기도빈빈’(技道彬彬)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제대로 된 운동을 할 수 있으려면, 운동의 기적 차원과 도적 차원, 게임의 측면과 문화의 측면이 온전히 어우러지는 코칭을 전수하고 전수받아야 합니다. 마치, 음과 양이 하나로 혼융되어 온전한 하나의 태극을 이루어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때야말로 코칭은 (선수만이 아니라, 스포츠도 하나로 만들고, 코치도 하나로 만드는) 총체적 호울링이 될 수 있습니다. ‘온전한 운동’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 바로 이것이 이 호울 코칭의 모든 과정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출발점이 되는 이유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온전한 운동이란 어떤 것인가요? 당신의 운동론은 무엇인가요?

칼럼니스트 프로필, 최의창 교수 사진

최의창 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해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서 일했다. 건국대학교에서 1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친 후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로 옮겨 체육교사 및 스포츠전문인의 양성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가지 않은 길 1, 2, 3』, 『코칭이란 무엇인가』, 『인문적 체육교육과 하나로 수업』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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