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가는 길
리듬체조 국가대표에서 뮤지컬 배우가 되기까지, 삶은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일, 상상만 해도 가슴이 뜁니다. 대부분의 운동선수가 국가대표를 목표로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리듬체조 국가대표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한 이가 있습니다. 바로 뮤지컬 <록키호러쇼>에 출연하고 있는 신인 뮤지컬 배우 정다영 씨입니다. 팬텀 중 한 명으로서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동작과 기괴한 표정, 노래와 춤을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만나 뵙게 돼 반갑습니다.
현재 한창 뮤지컬 <록키호러쇼>에 출연 중이에요.
어떤 공연인지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지 궁금해요.
<록키호러쇼>이라는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뮤지컬이에요.
9년 만에 다시 공연되는 것으로 아는데, 이번 공연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공연기획사인 알앤디웍스에서 지난해 12월쯤 신인배우 오디션을 진행했어요. 저는 신인배우 트레이닝을 해주는 건지 알고선 도전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오디션장에 <록키호러쇼> 오루피나 연출가님과 김성수 음악감독님이 계셨는데, 저를 좋게 봐주셔서 <록키호러쇼> 제안을 해주셨어요. 이후 오디션을 5회 보면서 팬텀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오디션을 볼 때 떨리진 않았나요?
오디션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오디션날 너무 안 떨려서 오히려 이상했어요.(웃음) 그냥 오디션 그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오디션 심사위원 분들이 10명 정도 계셨는데 표정이 밝으셔서 더 부담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안무를 창작해서 보여드렸는데 끝나고 심사위원 분들이 박수를 쳐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뮤지컬배우 이전에 리듬체조 국가대표로 활동하셨어요.
진로를 변경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이나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는 체육고등학교를 나왔는데 그런 학생이 많았어요. 음… 체조 국가대표 선수였는데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경우도 있었고, 크고 작은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둔 친구들이요. 그런 모습을 보고 들으며 계속 운동 이외에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해서 나만의 이야기로 글을 한편 써보고, 춤을 좋아하니 유튜브를 보고 안무를 익혀보는 등 제가 좋아하는 시간들을 가졌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20살이 되면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리듬체조 코치선생님들도 제가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걸 알고 계실 정도였어요. 마지막 대회를 마치고 이제부터 연기를 할 거라고 인사를 드렸었죠. 난 운동선수였고 이제부터 배우를 할 거야! 이런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꿈을 이어온 것 같아요.
진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뮤지컬배우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힘든 점은 없었나요?
<록키호러쇼> 자체가 기괴함과 코믹함을 갖고 있고 에너지를 완전히 끌어올려야 해요. 완전히 일그러진 표정을 지어야 하는데 평소엔 그런 표정을 해본 적이 없었죠. 그래서 표정을 만들어내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평소 웃는 모습에서 더 과장되게 웃어보고 감정을 완전히 끌어올려 다양한 감정을 표정으로 나타내는 거죠. 노래는 배우고 있는 과정인데 틈틈이 목을 풀고, 선배 언니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어요. 그리고 힘들었던 점은 공연을 할 때 매일 동일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데 처음엔 그런 부분을 잘 몰랐어요. 어떻게 힘을 나누어서 생활해야 하는지 몰라서 힘들었어요. 지금은 쉴 때는 쉬고 에너지를 쏟을 땐 쏟으면서 템포를 맞추고 있어요.
리듬체조 선수 생활이 현재 뮤지컬배우 활동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나요?
리듬체조를 하면서 몸을 잘 쓰고 유연한 부분이 뮤지컬배우로서 표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안무를 봤을 때 어떻게 몸을 써야 할지 딱 감이 오고 금세 익숙해지는 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운동선수들은 한계를 만나는 것에 익숙하잖아요. 표정이나 안무, 노래 등을 처음 할 때 두려워하기 보다는 ‘내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해봐서 그런다’고 생각해요. 도전하고 마인드컨트롤을 할 수 있는 게 리듬체조 선수시절이 있어서 가능한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뿌듯하거나 보람을 느낀 적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한 작품에 참여해 공연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해요. 그리고 작품을 하면서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된 것 같아 보람을 느껴요.
뮤지컬배우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고민은 없었나요? 또한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
코치가 되는 건 먼 이야기 같았고, 운동을 워낙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다른 것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어요. 일반친구들이랑 어울리는 시간도 없었고 다들 가는 학원도 안 다녀봤고요. 뮤지컬도 20살이 되면서 처음 봤어요. 문화생활도 거의 하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다양한 분야를 많이 경험하고 싶었어요. 뮤지컬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코치선생님도 응원해 주셨어요. 제자라는 걸 떠나서 ‘정다영’이라는 사람을 응원한다고 말씀해 주셨죠. 12년 동안 저와 함께한 엄마 같은 분이셨거든요. 부모님도 제 나이를 지나오셨기 때문에 답을 정해서 ‘이게 좋아’라고 말씀하시기 보단 제 스스로 선택하고 경험하게끔 두셨어요. 제가 타지생활을 오래해서 보이지 않는 부분들은 걱정하시지만, 하고 싶어 하는 일은 항상 응원해주셔서 힘이 많이 되었죠.
운동선수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잖아요. 다영 씨는 넓게 봤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친구들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당시엔 제가 철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도 있었어요.(웃음) 하지만 저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했고 지금은 친구들이 ‘너가 하고 싶은 거 다 이루고 있구나’라고 말해요. 운동했던 게 아깝지 않는지 묻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렇게 묻기보다는 새로운 일을 하는 걸 응원해 줬으면 좋겠어요.
사실 운동선수에 대한 편견도 많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운동선수에 대한 편견은 사회가 만드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공부를 못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운동을 잘하기 위해선 정말 공부나 분석을 많이 해야 해요. 그런 운동선수들의 노력을 인정해줬으면 좋겠어요. 또, 불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부상을 당해서 우연적으로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운동선수 자신이나 그 주변사람들이 그걸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아이를 영재로 만들려는 강박이 크잖아요. 메달에만 집착하거나 메달을 따서 좋은 학교에 가려는 게 있어요. 하지만 다른 나라 운동선수들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을 들으며 공부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 운동을 해요. 이제 우리나라도 이런 인식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경력이나 타이틀이 중요한 게 아니고 많은 경험을 하고 더 큰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해요.
학생선수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부상은 언제 올지 몰라요. 그런 걸 인지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른 꿈이 있다면 조급해할 필요가 없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것에서 충분히 많이 배울 수 있어요. 최대한 운동에 집중하고, 또 다른 꿈이 있다면 멀리 두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차근히 해나가면 돼요.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땐 내가 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말고 직접 해봤으면 좋겠어요. 재능은 누가 발견해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도전해서 발견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 말에 휘둘리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결정하게 내버려두지 마세요. 세상은 넓으니 보편적인 삶만을 보지 말고 자신의 이름으로 살았으면 해요. 내 행복은 나의 것이고 누구도 빼앗을 수 없어요.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길 바라요.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뮤지컬 작품은 역사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여행을 다니면서 신화나 역사를 공부하고 싶어요. 신화 안에 많이 이야기들이 들어 있더라고요. 신화를 연결고리로 해서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맘마미아>라는 작품을 꼭 해보고 싶어요. 정말 좋아하는 공연인데, 틀은 가지고 가되 정다영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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